독일, 창백한 어머니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던 아가씨, 신혼의 단꿈에 젖었던 그녀!전쟁이 임박한 독일, 리네는 파티에서 낭만적인 평화주의자 한스를 만난다. 그의 열정적인 구애에 마음이 끌린 리네는 청혼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곧 전쟁이 터지고 나치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스는 제일 먼저 징집되어 서부 전선으로 끌려가게 된다. 온갖 시련 속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강한 어머니로 거듭난 리네! 남편을 전장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리네. 그녀는 옆집에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힘겨운 산고 끝에 딸 안나를 낳는다. 연일 계속되는 공습으로 살던 집마저 무너지자 리네는 딸을 데리고 정처 없는 피난길에 오른다. 변변한 잠자리조차 없어 폐허가 된 도시와 숲 속을 헤매는 리네와 안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군인에게 강간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리네는 남편이 돌아오면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는 희망 하나로 고된 삶을 견뎌낸다.그녀는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했던 한 여자였다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리네는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사랑받는 아내로 돌아가리라는 꿈에 부푼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하게 그녀를 배반한다. 전쟁터에서 보낸 세월은 선량한 한스를 잔인한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고 돌아온 한스는 나치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과거를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출세에만 열을 올리는 속물로 변해갔던 것! 리네가 달라진 그의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자 남편은 오히려 그녀의 정조를 의심하고 둘 사이의 불화는 깊어지는데... 지옥 같은 하루 하루, 리네의 영혼과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져 간다.